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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이야기

2010.12.23 작전명: 몰래산타 ! 사랑을 전하라


2010.12.23
기다리던 아침이 밝았다.
꼬박 12시간의 고민끝에 신청을 했고
2번의 즐거운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작!전!일!
 
나의 역할은 산타 !
자!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아이들에게로
출발 !
 
두 번의 산타학교는 사실 생각보다 허술하게(?) 교육을 받고 넘어가는 것 같았다.
'정말 이렇게만 배워도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생길만큼 많이 배우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몰래산타 작전일.
작전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야 꼼꼼하게 배울 필요가 없었고
그저 우리는 마음만 가득 채워 찾아가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많이 모자란 산타 입니다 :P

 

오후 4시.
우리 몰래산타 최강 19조는 모두 함께 모여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포장하였다.
각지지 않은 선물 포장하느라 힘들었고, 포장지가 잘 붙지 않아 고생하고, 생각보다 적게 남은 시간에 쫓기느라 정신없었지만 모두 준비했던 작전일이기에 기대반 걱정반으로 많이 설레던 시간. 준비를 끝내고 우리는 힘차게 발대식 장소로 나갔다.
 
정문에서 조촐한 몰래산타 발대식을 끝내고 이제 각자의 어린이들을 만나러 출발~!
 
택시를 타러 내려가던 길에 우리는 어린이 한명을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수줍은 아이였는데 조금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꾸밈없는 미소를 살짝 보여주었다.


▲ 길에서 만난 귀여운 아이와 찰칵 :D

 
서동에 도착한 우리는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좋아진 세상에 지도 까지 다 뽑아 갔지만, 역시 현실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번지수만 보고 길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골목이 바둑판 처럼 얽혀 있는 서동을 구석 구석 들어가보며 번지수를 찾았으나, \점점 어두워 지는 골목길에 우리가 찾는 집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렇게 골목길을 헤매다 할머니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길을 물어보았지만 가만히 보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잘 안들리신다는 대답만 하셨다. 알고보니 귀가 불편하신 분이셨는데 크게 말을 해도 못 들으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따라오라며 골목으로 걸어가시는 할머니. 할머니께선 자신의 집앞으로 가서 "내 집이야 내 집. 방한칸. 내 집이야. 여기왔나 ? 들어가자" 라고 말씀 하셨다. 지금 가기로 한 어린이 집이 있어 들어갈 수는 없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몇 가지 말씀을 더 하셨고, 시간이 점점 늦어져 할 수 없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며 추우니 잘 들어가 계시고, 밥도 잘 챙겨드시라고 인사를 했으나, 할머니께서는 안들린다는 대답 뿐이셔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손을 잡아드리며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야만 했다.

 

사실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봉사활동을 해본적도 없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너무 당황을 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잘 알지 못했다. 나중에도 계속 생각나고 지금도 계속해서 생각나던 할머니의 그 모습과 차갑던 그 손은 그 때 방에 들어가서 할머니의 말씀이라도 들어줬어야 했던게 아닐까 라는 후회가 남는다.

 

그 후로도 좀 더 골목을 헤매고 난 후 우리는 어렵사리 첫 번째 아이들의 집을 찾았다. 첫 번째 아이들 집은 아버지만 계시는 집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늦은시간 까지도 밖에서 일을 하고 계셔서 우리가 찾아 갔을 땐 아버지는 계시지 않고 4학년 누나와 2학년 남동생만이 집에 있었다. 아이들만 둘 있는 집이라 그런지 아버지께서는 집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지 않으셔서 우리는 집앞에서 깜짝 파티만 간단히 해주기로 했다. 해도 지고 추운날씨라 아이들을 집 밖에 오랫동안 불러있을수도 없어서 였다.

 

골목 끝에서 이벤트를 준비한 우리는 희미하게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준 아이에게 외투를 입고 잠시 문앞에 나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케익에 불을 붙이고 산타는 몸을 숨겼다. 아이들이 나오고 루돌프 사슴코 캐롤을 틀면서 산타가 뒤에서 짠 하고 나타났다. 아이들은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하는 눈치였고 처음 하는 우리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었다. 우선 준비해간 선물을 건내주며 아이들과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말을 건냈다. 우리가 말을 건내면 4학년 여자아이는 움츠리며 작게 대답했고, 2학년 남자아이 역시 무뚝뚝하게 대답만 했다. 당황했지만 산타학교에서 배웠던 풍선아트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돌릴 수 있었다.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어 주고, 칼을 만들어 주고 했더니 누나는 이내 마음이 많이 풀려 웃음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2학년 사내아이가 무뚝뚝해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는데,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준비해간 선물도 주고, 캐롤을 부르고 케익에 초를 함께 불어보고 풍선아트를 한 우리는 아이들이 추울 것 같아 빨리 '작전'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데 이제 마음이 열린 여자아이가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카메라를 보며 얼짱각도와 브이를 지어보여 모두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골목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첫번째 몰래산타 작전은 끝이 나는가 했는데 문이 다시 열리더니 여자아이가 다시 뛰어나와 상체만 빼꼼 내밀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정말 따뜻한 마음이 환하게 가슴을 채우던 순간이었다.


▲ 첫번째 작전을 끝내고 아이들과 함께:D 
얼짱 v를 지어보이는 이쁜아이 ^^

 

아쉬움 반, 뿌듯함 반을 뒤로한 채 우리는 두번째 집으로 이동을 했다.
두번째 가정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 혼자 있는 집이라, 더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한 번 작전을 하고 나니 아이가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더 걱정이 되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이어 가야 할지도 더 걱정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는 마음만 열고 가면 잘 될거라며 다시 한 번 화이팅을 하고 두번째 집으로 찾아갔다.


두번째 집은 첫번째 보다 쉽게 찾았다.
번지수를 보고 길 찾는 법에도 익숙해 진 걸까.
금방 찾은 두번째 집앞에 서서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고 이번엔 집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깜짝 방문을 하였다.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들어가며 크게 깜짝 놀랬다.
그 집은 4학년 남자아이 혼자 있는 집이 아니고, 6학년인 형이 있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형도 있는 집이었다.
선물이 하나 밖에 없어 당황한 우리는 선물은 막내에게만 주기로 하고 들어갔다.
이 집은 방 2개의 좁은 집에 아버지, 어머니, 세형제가 사는 집이었다.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신 집에서 우리는 두번째 작전을 시작하였다.
수줍은 듯 들어가려는 초등학생 두 아이를 보며 우리는 웃으며 행사를 준비했다.
어머니께서 아이들을 거실에 앉혀 주어 파티를 시작했다.
루돌프 사슴코를 틀어놓고 배웠던 율동을 시작했다.
마지막에 조금 틀리긴 했지만 준비했던 율동을 보여주고 함께 캐롤을 부르고 난 뒤 몰래 초를 붙여와서 불을 끄고 초를 껏다. 아이들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부끄러운건 다커서 핸드폰으로 캐롤 틀어놓고 율동하고 있는 우리인데...-_-a

그렇게 초를 끄고 착한일을 많이 해서 준다며 막내에게만 선물을 줬다.
6학년인 형은 자기는 이제 다 커서 안받는다고 동생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선물을 풀어본 막내는 검은색 귀여운 마스크가 마음에 들었는지 파티를 하는 내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었다.


▲ 막내, 산타할아버지, 둘째. 어때요 닮았나요 ?

 

아들만 셋인 이 집은 아이들이 정말 공부도 잘하고 바르게 커서 어머님이 아주 자랑스러워 하셨다.
앉으면서 부터 아이들 자랑을 하고 받아온 상장도 보여주시며 흐뭇해 하셨다.
형편은 어려워 보였지만 아웅다웅 크고 있는 둘째와 셋째를 보고, 첫째도 공부를 잘하고 모범상을 받아온다, 둘째도 전교 5등안에 들며 공부 잘하고 책도 많이 읽는다고 자랑하시며 웃음을 보여주시는 어머님을 보니
정말 행복한 가정이라는게 느껴졌고 그 행복이 전해져 왔다.

그렇게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본격적으로 준비해간 마술, 풍선아트, 트리만들기를 함께 했다.

처음에는 마술공연을 하였다.
마술을 열심히 준비해온 준상이가 무사히 마술공연을 하였다.
무뚝뚝해 보이던 아이들도 공연을 보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조금씩 같이 웃으며 즐길 수 있었다.
똑똑했던 둘째는 마술이 어떻게 된건지 알고 싶어 했고 한가지 마술을 바로 배우고 마술사로 멋지게 성공도 했다.
두번째는 풍선아트를 보여줬는데 이쁘게 만들어진 기린, 귀여운 강아지와 머리에 쓰는 왕관(?)을 만들어 줬다.
풍선아트는 막내가 좋아했는데 함께 따라서 강아지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곧잘 따라했다.
나중에는 혼자 계속 돌려가며 강아지를 뛰어 넘는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도 만들어 냈다^^;;;


▲ 머리보다 크게 만들어진 왕관(?)을 쓰고 :D

마지막으로 트리를 만들었는데, 종이로 만든 트리를 쌓아 올려 종이에 빤짝이 풀과 작은 별가루,
그리고 초콜렛으로 꾸미는 작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고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서 시간이 많이 보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아이들과 놀다 보니 어머님께서는 고마우셨는지 슈퍼에 가서 따뜻한 커피를 사다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게 화기애애 하게 트리를 만들다 보니
첫번째 아이들에게 트리를 안만들어 준게 미안해서 트리를 하나 더 만들기 시작했다.
초코릿도 가득 달아 만들어서 돌아가는 길에 주기로 했다.

생각보다 너무 즐겁게 놀긴 했지만 그만큼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 그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 보다 즐겁게 놀았던 우리가 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만 인사를 해야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골목까지 나와주시는 어머님과 인사를 다시 또 하며 우리의 몰래산타 작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아. 물론 손에는 처음 만났던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예쁜 트리를 손에 든채.

이제 한편엔 오늘 날씨(?)만큼 시원함이 한편엔 아주머니께서 주셨던 캔커피 만큼 따뜻함이
그리고 산타할아버지의 수염만큼 새하얀 순수함이 마음속에 피어나는 하루였다.
도착해서 길을 찾으며 만났던 할머니와 차갑고 주름진 손이었지만 그 속에서 품어나오던 포근함과,
처음엔 경계를 하다가 나중엔 다시 뛰어나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던 아이의 미소,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갤 숙이며 부끄러워 하던 아이가 나중에는 "귀가 터질 것 같아요" 하며
수염을 걸고 있던 내게 안타까워(?)하는 눈빛을 보내주던 아이의 순수한 눈 까지...
내 기억속엔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조금 더 재미있게 해서 아이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남지만,
그래도 뜻있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보람찬 하루였고 내겐 또 하나의 소중한 하루가 되었다.

 

@ 첫번째 집에 가져다 줄 트리를 들고 갔는데 불이 꺼진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문앞에 트리와 손으로 직접 쓴 카드를 두고 왔는데
우리의 마음이 함께 더해져서 찬바람에도 날려가지 않고 다음날 아침까지 그 자릴 지켜줬길 바란다.
그리고 아침에 나온 아이가 반갑게 발견을 해줬으면 좋겠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