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새로운세상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한비야님의 <그건, 사랑이었네> 에서 추천해주셔서 접하게 된 책.

작가 포리스터 카트는 실제 체로키의 혈통을 반만큼 이어 받은 이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의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 소설로 쓴 글로 처음 발간했을 땐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저자 사후 12년이 지난 후 제1회 에비(ABBY)상을 수상, 현재까지 '작은고전'으로 평가를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책의 처음은 주인공의 부모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흩으져 있던 친척들이 모였으나 어린 주인공의 미래보다는 남겨진 물건들을 나눠 가짐에 분주했고, 할아버지의 다리에 메달리는 주인공을 아무말없이 거둬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린 손자와의 산사람의로의 생활이 시작된다.


체로키의 피가 반 섞인 할아버지와 순수 체로키 혈통인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주인공은 작은나무라는 이름을 얻고 산에서 체로키의 생활방식을 몸으로 익히며 살아가게 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백인들이 아메리카 땅에 내려 원래 살던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고 멀리 귀향을 보내며 일어난 눈물의 여로 이야기는 인디언들이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산사람으로 살며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 어떻게 움직이는 줄을 알고, 자연에게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얻어 함께 잘 살만큼만 얻을줄을 알고, 상대를 높여주며 자신들을 낮춰 상대에 대한 예를 갖출줄 알며 어떻게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배푸는줄을 아는 체로키들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작은나무 둘이 있을 땐 험한말로 욕을 하고 못 믿을 사람이라며 정치인, 성직자들을 비난하지만 그 사람들 앞에서도 체로키들의 예우를 지키며 자신을 낮추고 항상 상대를 위해주지만 백인들은 체로키인들을 무례하고 하잖은 민족으로 여기며 홀대하기 일쑤다.


백인들의 고발로 작은나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숲에서 끌려나와 고아원으로 가게 되지만 고아원에 있는 목사는 구제 할 수 없는 더러운 피라며 홀대하고 심각한 폭력도 일삼는다. 그때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해준 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항상 힘이 되주는 체로키인 윌로 존이다. 만날 수는 없지만 같은날 같은 시간에 항상 같이 보기로 한 늑대별(시리우스별)을 같이 바라보며 함께 있음을 느끼는 것. 그렇게 힘든 백인들 사회 속에서도 작은나무는 기죽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꿋꿋이 살아간다.


윌로 존의 도움으로 고아원을 나갈 수 있게 된 작은나무. 하지만 할아버지는 고아원을 찾아가서 만난 작은나무에게 아무런 말없이 인사만 하고 문을 나선다. 바로 고아원에 남을지 자기와 함께 산으로 갈지 작은나무에게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역시 산을 택한 작은나무는 다시 돌아온 산에 마치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자신을 반겨주는 개울물 소리 나무잎 소리들을 즐기며 웃음을 짓는다.


절친했던 친구 윌로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차례로 떠나 보내며 작은나무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법도 몸으로 베우고 진정 마음으로 느낀다.
함께 살던 개들과 인디언 연방을 찾아 떠나며 개들마저 죽어가지만 꿈을 안고 산을 넘으며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체로키들을 삶은 백인들에게 쫓기고 내몰리지만 그들만의 삶을 지키며 꿋꿋이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진정으로 자연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진정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알던 그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급급했던 백인들의 모진 행태, 많이 가졌음에도 더 쌓아 두려고 욕심을 부리던 이를 할아버지는 직접적으로 비난 하며 체로키들은 필요한 만큼만을 자연에서 얻어가는 삶을 작은나무에게 가르쳐 주었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 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

- 본문 중에서 -


무한 경쟁 사회가 되어버린 오늘날. 지금의 시골의 삶도 체로키처럼 자연에서 얻는 삶이 아니다. 지금은 자급자족이라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것 같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모든것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욕심과 자신만을 지키려는 개인주의는 더 커져버린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이 세상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있기 때문일까.


나는 체로키들의 이야기 중에 서로 도와주는 방식이 너무 아름다웠다. 상대방이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상대방 모르게 선물을 슬쩍 두고 가는 모습. 상대방은 자기가 이 물건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면 가져가고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 두면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힘든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그 사람은 고맙기도 하겠지만 마음을 다쳐서 '동정따위는
필요없다.' 라는 말이 있기도 하듯 상대방을 잘못 도와주게되면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도 있다.


이 책이 좋은 점이라면, 어떤 성인군자들의 좋은 말씀들 보다 내 마음의 주파수를 잘 찾아 울려준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서로를 배려함을 우리가 알고 있던 방식과  또 다른 방식의 삶. 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정말 그 사람의 영혼은 따뜻할 지도 모르겠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