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자연대 독후감대회에 나가기 위해 읽었던 책.
이 책은 한비야 등 대단하신 분들의 인터뷰식 강연을 책으로 묶어 편찬한 것인데, 좋은 강연이 많았다.
특히 한비야 누나의 강연과 홍세화님 강연이 좋았던 것 같은...
책도 없고, 독후감 파일도 잃어버린 슬픈 상황...
아무튼 6개의 강연 모두는 아니지만 몇개 강연은 꼭 읽어 볼만한 강연이었음.
사회로 나가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을 읽고
자연과학대학
친구들아 안녕? 요즘 정신없이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하고 지냈는데…. 잘 지내고 있지?
우리가 꿈과 희망을 앉고 대학교에 들어서던 앳된 얼굴들이 아직 기억 속에 생생한데 벌써 사회로 나가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시간이 되었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우리의 꿈만 쫓아가던 신입생 시절을 기억하니? 어렵지만 배우고 싶어 선택한 전공이기에 재미있게 공부하고 저녁이면 맥주 캔을 하나씩 손에 들고 우리들의 꿈을 노래하곤 했는데, 지금은 사회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내게 던져진 일을 그저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라며 어린 시절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며, 우리가 상상하던 사회가 아니라며 밤마다 소주를 앞에 두고 투덜대진 않는지….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그래도 스무 살의 꿈을 잊지 않고 한걸음씩 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책 한권을 소개하려해.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한비야씨, 이윤기씨, 홍세화씨, 박노자씨, 한홍구씨, 오귀환씨의 실제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정리하여 낸 거야.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사람들이지. 이분들의 강연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읽고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엿들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어. 특히 한비야씨, 홍세화씨의 말씀이 이제 막 사회로 발돋움 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아. 혼자만 알기엔 너무 좋은 말씀들이 많아서 너희들과 함께 나누고 싶네.
한비야씨 강연의 주제는 「고통을 나누는 상상력」이야. 너희도 아시다 시피 한비야씨는 〈월드비전〉이라고 하는 국제구호기구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을 하시는 분이지. 마치 ‘봉사활동을 하자’,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와 같은 내용의 강연이 이어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어. 한비야씨는 “행복의 정의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정의는 딱 한가지예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딱 맞아떨어지는 그 일을 하는 것. 그런데 이 긴급구호일이 바로 그런 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는 매우 하찮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거예요. 사람들은 저에게 비현실적이란 말을 많이 해요. 저도 알아요. 그래도 저는 꿈을 꿉니다. 타인 없이 행복할 것인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이제 타인 없이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때 제 능력의 최대치가, 제일 예쁜 얼굴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결국에는 저도 좋고 다른 사람도 좋고 절 만드신 하느님도 좋은 일이다 생각해요. 지금 내가 가진 힘을 이미 많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보태면서 달콤하게 살 것인가.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요. 비록 내가 힘은 없지만 힘이 없는 자, 경제적 약자, 정치적 약자, 기회의 약자, 그런 약자들과 더불어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살 할 것인가. 그러기로 결심했어요.”라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얘기 하셨어. 한비야씨가 다른 책에서 하신 말씀 중에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을 찾아서 하세요.” 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때도 내게 많은 것을 알려 주시는 인생의 멘토 같은 분이셨어. 강연 중에 또 내 마음에 깊이 새겨진 말이 있는데 “꿈을 이룬다. 멋진 말이지요. 꿈만 꾸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죠. 자기가 꿈만 꾸는 사람인가 아닌가 당장 체크해볼 수 있어요. 작년에 꾸던 꿈을 올해도 또 꾸고 있나. 5년 전에 꾸던 꿈을 지금도 꾸고 있나. 그렇다면 그저 꿈만 꾸는 거지 그 꿈 앞으로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는다는 거지요. 꿈만 꾸는 사람은 그야 말로 꿈만 꿔요. 그게 어디서 뚝 떨어지기를 바라지요. 지름길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꿈을 이루는 사람은 자기가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서 오늘도 한 발짝 한 발짝 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 그리고 그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을 강조하는 말씀이 있었는데 “세상이 어둡다, 깜깜하다 불평만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싫어요. 손에 횃불을 들고 있다면 옆으로 계속 전달해주는 게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세상이 환해질 테니까요. 자기가 갖고 있는 촛불이 다 타도록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옆으로 자꾸 옮겨줘야지요.”라고 말씀 하셨어. 우리 옛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처럼 실천의 중요함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참 어렵지. 하지만 “실천이란 건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야 꾸준히 할 수 있어요.”라는 한비야씨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발짝 한 발짝 하나씩 해 나가면 내 꿈에 훌쩍 올라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홍세화씨 강연의 주제는 「자아실현의 상상력」이었어. 요즘은 어떤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연봉은 얼마가 되는지, 그런 물질적인 것들이 사람사이의 척도가 되고 누구 집이 몇 평이며 아무개는 무슨 차를 끌고 다니더라면서 그 사람의 부가 사람의 척도가 되는 것 같아.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 돈을 많이 주는 직장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 물론 나도 조금이라도 이름 있는 직장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만 말야. 이게 비단 그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하는게 아닐까 생각해. 홍세화씨가 이런 말을 했어 “물신에 대한 저항과 자기성숙의 모색을 포기하지 않을 때 자아를 실현하면서 생존을 담보하는 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가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말처럼 참 쉽지는 않은 것 같아.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재냐 소유냐’의 문제의식에서 ‘소유’에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는 물신숭배주의의 양상을 보이게 마련일거라 생각해. 홍세화씨는 강연에서 대한민국을 공공성이 부재한 ‘배반의 공화국’이라고 그는 표현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1%’,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같은 광고 카피가 유행 할 만큼, ‘보여주는’, ‘타자 지향’적인 물질 가치 중심의 사회를 살고 있다고 말씀 하셨지. ‘반공’이 빠져나간 자리를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으며, 대학마저 ‘돈 되는 대학’을 추구하고 있는 교육현실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며 한탄하셨지. 생존이 조건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아실현’을 위해 홍세화씨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셨어.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에 저항할 수 있는 튼튼한 가치관’과, ‘끊임없는 자기성숙에 대한 모색’이 바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거라고 하셨지. 쉬워 보이지 않는 두 가지이지만, 소유에 대한 관심을 좀 줄이고,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결국은 ‘자아실현’을 하는 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말씀하고자 하신 것 같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도, 그게 말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박노자씨의 강연은 「새로운 동아시아를 만드는 상상력」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어. 그는 동아시아 3국인 한국, 일본, 중국의 지배계급들이 사용하는 ‘민족주의’를 ‘마약’이라고 표현하며, 특정 계급이 진정한 애국심의 발로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이익실현을 위해 백성을 우민화시키기 위한 ‘마약’으로 이용할 뿐이라는 말을 하셨어. 전 국민이 발끈했던 일본의 독도망언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한다면서 ‘누가 왜 이런 망언을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며, 독도 망언은 일본 극우세력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해서 불안감을 조성하여 일본의 재무장 필요성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라 설명하셨어. 내가 잘 알지 못하던 부분이라 그러한 이론이 생소했지만, 강연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니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더라. 박노자씨는 이러한 독도 문제에 대해, 이렇게 빤히 보이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격렬한 저항과 분노를 표출하여 오히려 그들의 재무장 명분을 높여주는 어리석은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언론조차도 매우 선정적인 반일감정 하나로 몰아가며 일본 극우세력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는 지적을 하셨지. 언뜻 사회주의적 발언이 생소해 보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민족주의에 대한 재고의 여지는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 역시 잘 모르고 생소한 부분이라 재미도 좀 떨어졌지만, 이제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가 이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
그리스 로마신화를 쓴 사람 아니? 바로 그 이윤기씨도 강연을 해주셨는데 주제는 「신화의 상상력」이었어. 이윤기씨는 세계신화의 공통성을 발견하며, 결국 재밌는 신화만이, 필요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어 살아남는다고 전하고 있어. 우리가 신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그저 '즐기라'고 권하면서, 신화의 상징성에 너무 매달리다보면 흥미만 없어질 뿐이라고 말하시며 즐기시길 바라셨어. 신화는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더 근사한 이야기로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신화를 그저 즐기면서 인간에게 유효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상상하면 되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
마지막으로 한홍구씨의 「과거를 푸는 상상력」에서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한국 현대사에 대해 이야기 하며, 유머와 재치를 통해 이를 비판하며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며 미래에 대한 큰 상상력을 가져주기를 당부하셨지. 오귀환씨의 「문명에서 배우는 상상력」강연도 몰랐던 문명에 대한 혹은 설득력 있는 증거를 통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시하고 보여주며 유익한 강연을 해주고 있어.
길고 긴 편지를 끝까지 읽어 줘서 고마워. 책과 같은 건 나눠 보면 그 능력이 배로 커지는 거니까 너희와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소개를 하게 된거야. 이 책에 나오는 6명의 인사들이 지금 대한민국, 세계에서 한 걸음 앞서 정말 세상을 바꿀 상상력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삶을 살고 있으신데, 우리도 우리자리에서 어떤 일들을 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지, 그리고 이 세상에 어떻게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지 상상하고 실천하는 친구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가 사회를 이끌어갈 중심이 되는데 어떤 이들의 생각에만 쫓아가는 것 보단 우리들의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그럼 우리 모두 더 나은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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